▲ 김지수 교수

반복성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 중에는 여러 번의 검사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반복적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을 우리나라 의학자가 발견,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교수팀(제1저자 이선욱 전임의)은 11일 “각종 전정검사와 자기공명영상에서도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 어지럼증을 보였던 환자 33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논문을 임상신경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2018년 6월호에 편집자 코멘트와 함께 게재됐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일부 환자에서 소뇌와 뇌간의 전정기능이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으로 항진되어 있는 등 기존 어지럼증 환자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발견됐다.

이들 환자에서 보이는 눈 떨림은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등 다른 어지럼증 질환에서 나타나는 눈 떨림에 비해 2-3배 정도 길게 지속되며 때로는 어지럼증의 강도가 매우 높게 유발되었고, 공통적으로 심한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새로운 질환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을 관찰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법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김 교수팀은 환자들의 뇌기능이 불안정하고 예민해져 있더라도 평상시에는 증상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이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으나, 신체 내의 변화 혹은 외부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이러한 적응 상태가 교란될 때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바클로펜’을 투여할 경우, 어지럼증 및 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안진(눈 떨림)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지수 교수는 “반복적 어지럼증 환자에서 발병기전을 규명해 기존의 검사 기법으로는 진단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가 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지럼증은 응급실을 찾는 원인 중 2위며, 살면서 한번쯤 경험할 만큼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피로감 때문이라고 생각해 간과하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이명,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청력소실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 편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전정편두통이 꼽히며, 드물긴 하지만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등도 반복성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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