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전상범,손창환,김원영 교수

 가스 누출과 화재 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은 신속하게 응급 치료를 받으면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응급처치 후 멀쩡하게 퇴원하더라도 몇 주 이내에 뒤늦게 뇌 손상이 발생해 심각한 장애가 남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런 지연성 뇌 손상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전상범(신경과), 김원영 ‧ 손창환(응급의학과) 교수팀은 일산화탄소를 흡입한 급성기 환자들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 패턴을 분석해 지연성 뇌 손상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최근 찾아냄으로서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섰다.

지연성 뇌 손상은 일산화탄소 중독에서 회복된 환자에서 20~40% 정도 발생되며 회복된 후 몇 주 이내에 의식장애, 인지장애, 파킨슨증, 보행장애, 대소변조절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나타낸다. 응급처치 후 회복되더라도 몇 주 뒤에 후유장애가 계속 남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 도 있다.

연구팀은 2011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급성기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 후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없는 채로 퇴원한 환자 387명의 뇌 MRI를 분석한 결과 신경학적 증상이 없었음에도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이 관찰된 환자는 104명(27%) 이었고 이 중 퇴원 시 없었던 지연성 뇌 손상 증상이 퇴원 후 새롭게 발생한 환자가 76명(73.1%)으로 확인됐다.

반면,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이 없었던 환자 283명에서 퇴원 후 지연성 뇌 손상 증상이 새롭게 발생한 환자는 25명(8.8%)뿐이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응급처치 후 특별한 신경학적 증상이 없더라도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이 보인다면 추후 지연성 뇌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73%라는 점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조기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뇌 MRI는 신경 소실 부위가 하얗게 표시되어 구분이 가능하다. 창백핵 병변은 대뇌 깊은 곳에 비교적 큰 신경 세포가 모여 있는 부위에 발생되며, 미만성 병변은 널리 퍼져 대칭적으로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국소 병변은 병변이 뇌의 다양한 부위에 비대칭적으로 발생되고 이는 크기와 분포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전상범 교수는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치료는 단순 응급처치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지연성 뇌 손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창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뇌 MRI와 뇌 병변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혈액 바이오마커, 고압산소치료법 등을 연계해 지연성 뇌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가 지속되어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치료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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