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인 인수합병 관련 법령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 여부가 21일 결정되지만 이와 무관하게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법인 설립 기준 등은 명시돼 있지만 인수나 합병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적시돼 있지 않다.

관계법령에 언급돼 있지 않은 만큼 의료법인 매매는 원칙상 불가능하지만 그동안 개인 투자자에 의한 인수는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던게 사실. 소유권 이전 대신 자본을 투입하는 등의 조건으로 법인 이사회 구성권한을 부여 받는 방식이다. 이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호텔롯데 역시 이러한 법적 틈새를 파고 들었다. 보바스병원을 운영 중인 늘푸른의료재단에 600억원을 무상 출연하고, 5년간 2300억원 등 총 2900억원을 투입하는 대신 재단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소유권만 없을 뿐 늘푸른의료재단의 주인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보건복지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호텔롯데가 실질적으로 법인 운영에 관여함으로 인수합병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고 제시,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복지부는 법원의 판단 여부와 상관없이 이러한 법리적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조만간 법령이나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보바스병원 사례는 실질적인 의료법인 인수로 보기 어렵지만 위법 소지를 배제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료법인 인수‧합병과 관련한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법인이 비영리법인에 해당하는 만큼 의료법 보다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이 타당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법인에 대한 출연은 얼마든지 허용하지만 이사회 구성권 등이 부여되지 못하도록 법령에 명시, 아예 법인 운영 참여를 원천봉쇄 하겠다는 계획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번 보바스병원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기업과 의료기관이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향후 제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는 대기업의 병원산업 진출과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관계 법령이 미흡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을 요구해온 병원계는 보바스병원 사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부실 의료법인의 경우 인수합병 금지로 인해 파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들이 의료기관으로 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은 “현행 법령 상 의료영리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공연한 비밀인 음성적 인수 보다 양지로 끌어내 철저한 관리를 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