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승한 원장

“SNS는 물론 면전에서도 욕설이 들려왔다. 그렇게 인증원장을 하고 싶었느냐는 등 말못할 단어들이 난무했다. 임기가 종료됐지만 떠나지 못하는 환경이 한스러웠다. 임기 이후 추가 근무는 하지 않았어야 했다.”

2013년 9월12일 취임한 석 원장이 이달 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떠나면서 29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임기가 끝난 이후 어쩔 수 없이 1년간 근무하면서 받은 온갖 욕설과 비판으로 앞으로 10년은 더 오래 살게 됐다며 씁쓸히 웃었다.

그는 인증원 신설과 함께 인연을 맺었지만 김건상 전임원장과 함께 한 2012년이 직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등 경영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복지부, 관련 기관 등과 호흡이 잘 맞아 극복할 수 있었기에 지금도 생각이 많이 난다고 눈을 감았다.

예산이 부족해 기재부, 복지부를 전용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녔고, 요양·정신병원이 의무인증을 시작한 해여서 어려움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건상 원장은 한고비를 넘기자 인증원이 초창기고 아직 해야할 일이 많기에 원로들이 하기에는 힘에 부친다며, 현장감각을 살려 추진하려면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여러 사람을 설득했다.

반면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병협에서는 언제 문닫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던 원죄로 그는 김건상 원장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세상을 살다보면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인증원은 정책적 의사결정과 방향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금은 환자안전이 이슈이고 사회적 이슈 자체에 있어서 인증원이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하는데, 임기중에 기반을 닦았다고 본다”며, 앞으로 확장성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10년 인증원 출범 후 업무 자체는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급성기병원 인증업무만 했는데, 그 후 정신·요양병원 의무인증, 치과 한방인증, 여기에 외국인환자평가 및 지정, 산후조리원평가사업, 1차 뇌졸중센터 인증도 하고 있거나 준비중에 있다는 것이다.

석 원장은 “환자안전과 관련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해 환자안전본부를 독립했다”며, “2010년 시작할 때 인증만 있던 관점보다는 내용이 풍성해지고 역할에 대한 인식도 확장성을 갖고 해야할 일도 많다”고 평가했다.

여기엔 인력이 많이 작용한다. 현재 정원은 80명까지 늘려놨지만 실제 인력을 확보하기엔 예산이 부족해 50여명에 불과한 상황. 창의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려면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석 원장의 분석이다.

이에 그는 후임 원장과 집행부에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도약할 수 있는 조직의 형태가 무엇인지 찾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합리적인 조직이 어떤지 의사결정을 해서 그런 구조로 출범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의료기관평가 1주기가 끝난후 규모가 작은 병원들은 달라진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니 만족도가 높았지만 상급종합은 바뀌는 게 별로 없었다”며, “상급종합병원은 2주기 때 국제수준으로 인증기준 만들어 그것으로 피부로 느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조사위원의 ‘갑질’에 대해선 대만의 경우 인증원 직원이 반드시 같이 참여해 조사위원과 병원의 갈등에 개입해 해결해 준다면서 우리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석 원장은 마지막으로 “의료계로부터 욕을 많이 들었지만 병원들도 좀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고자 애쓴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것이 서운하다기 보다는 감사하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어렵다는 이야기만 하지 말고 새판을 짜야 한다. 할 일이 많다.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할 때다. 인증은 시작이자 마지막 환자안전 질향상을 담보하는 좋은 장치”라고 강조했다.

석 원장은 원광대 산본병원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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