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훈 교수

우리나라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약물치료 가이드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김태훈 교수팀은 23일 영국 버밍햄대학 그렉고리 립 교수 등과 함께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적정 투여 시점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심박세동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내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운동을 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기만 하는 부정맥 질환의 하나로 ‘혈전’(피떡) 발생율이 높아지게 되고 이들 혈전은 어느 순간 뇌혈관을 막아 허혈성 뇌졸중, 뇌경색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위험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응고제 약물 투여가 표준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약물치료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국내 연구가 거의 없어 유럽과 미국에서 쓰고 있는 평가도구를 참조하거나 의사 각 개인의 판단에 의해 항응고제 약물 치료시기를 결정하여 부족한 면이 컸다.

이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20세 이상 5855명의 심방세동 진단 환자들을 2013년 12월까지 추적해 ‘연간 뇌경색 발병 위험도(특정연도 동안 100명 이상 질환발병율)’를 조사했다.

또 이들 심방세동 조사 환자군들의 다양한 동반 질환과 연령, 성별 등 연간 뇌경색 발병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평가했다. 위험요소 평가는 국제적인 공인지표를 사용해 0점부터 10점까지로 계량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에 따르면 고령일수록 뇌경색 위험도이 높아지는 것이 재차 확인됐다. 65세부터 조사 환자군의 뇌경색 발병이 증가해 연간 위험도가 2.11% 높아지고 75세 이상부터는 3.11%로 크게 높아졌다.

아울러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졸중’(TIA)이나 뇌경색이 이미 한차례 발병했던 심방세동 환자들의 연간 위험도는 2.58% 높아졌다.

신장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들도 2.03%의 높은 뇌경색 연간 위험도를 보였다. 이외 고혈압과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가진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도도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유럽과 미국 연구조사에서는 여성 심방세동 환자들이 뇌경색 연간 위험도가 남성에 비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남녀간 차이는 의미있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 심방세동 환자들은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뇌경색 위험도가 2.35%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따라서 정보영 교수는 유럽에서 항응고제 약물치료를 위험평가지수 1점부터 권장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2점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번 결과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병을 낮추기 위한 항응고 치료의 표준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 심방세동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뇌졸중 학술지인 “Stroke”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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