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비 시술 중인 의료진(오른쪽 부터박승정,박덕우,안정민 교수가)

 올해 초부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힘들었던 88세 박 모 할머니는 최근 심장초음파에서 대동맥판막이 딱딱하게 굳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됐다. 박 할머니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교수들의 통합진료를 통해 수술이 아닌 인공스텐트판막를 넣는 시술을 했다. 박 할머니는 수면마취만 한 상태에서 1시간 동안의 시술을 끝내고 시술 후 3일 만에 퇴원했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웠던 판막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이 높은 치료 성적을 보이며 심장판막질환의 안전한 치료법으로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대동맥판막에 노화로 인해 석회화가 심해지면 판막이 잘 열리지 않고 혈액이 새면서 심장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질환으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1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박덕우․안정민 교수팀은 지난 2010년 3월 국내 첫 환자를 시작으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300명에게 수술이 아닌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이하 타비)을 시행, 성공률이 97.3%로 세계 최고 성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승정 교수팀은 300례 이상 쌓아온 시술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마취로 시술을 시행, 약 1시간 정도의 시술 후 3일째 퇴원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환자의 편의도 높이고 있다.

타비 시술은 가슴을 절개해 판막을 교환하는 기존의 수술과는 달리 대퇴부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도달하게 한 다음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 풍선을 위치시켜 부풀린 후 판막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공스텐트판막을 대동맥판막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노화된 대동맥판막으로 인해 흉통이나 심부전 등이 발생했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은 타비 시술 후 좁아졌던 판막입구가 평균 2배 이상 넓어져 증상이 크게 개선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타비 시술을 받은 환자 300명 중 남자는 147명, 여자는 153명이었고, 33% 환자들은 당뇨를 앓고 있었으며, 88% 환자들은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 특히 18%의 환자들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이라는 중증질환까지 앓고 있었다.

지금까지 타비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79세였으며, 특히 지난 2010년 3월 국내 첫 타비 시술을 받은 조모씨(현재 91세)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생존해 있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적으로 진화된 3세대 최신 인공스텐트판막을 2016년에 서울아산병원이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면서 치료 성적을 월등히 높이면서 더욱 안전한 타비 시술이 가능해졌다. 3세대 최신 인공스텐트판막을 사용한 84명의 환자들의 경우 사망률이 단 1%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전 세계 57개 심장센터들이 참여한 연구에서도 사망률이 3.9%로 나타난 것에 비해서도 월등히 앞서는 성적이다.

타비는 기준이 까다롭고 숙련된 노하우와 완벽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어려운 시술인 만큼 2015년부터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을 포함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기관만이 시술이 가능하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시행된 800여 건의 타비시술 중 3분의 1 이상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97% 이상의 높은 성공률이 보이고 있다.”며 “기능적으로 진화된 인공스텐트판막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국내에서도 타비 시술의 많은 치료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마취로 타비시술을 시행하고 있어 고령이나 다른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들에게 더욱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타비 시술에 약 20% 정도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앞으로 보험적용의 범위가 더 확대되어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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