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관 원장이 저소득 계층이 더 힘들어지는 상급종합병원 보다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진입 대신 공공성을 선택했다.

이번 결정은 보라매병원의 의료 질 향상에는 의료진이나 시민들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정작 시립병원을 경영 잣대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본연의 모습으로 시민들의 품속으로 안기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병관 보라매병원 원장(소화기내과)은 1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취임과 함께 상급종합병원 진입이라는 포부를 밝힌 것을 1년만에 사실상 없던 일이 된 것.

그는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의 질이 높은 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면서 “그러나 4월부터 바뀌어 적용되고 있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조항이 추진 의지를 뒤로 미루게 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조항은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17조 1항. 제3차 의료급여기관은 상급종합병원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보라매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 되면 이곳을 이용할 의료급여 환자들은 진료의뢰서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과 함께 더 비싼 진료비를 내야 한다.

결국 전체 입원환자의 16%를 차지하는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시립 보라매병원의 정체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 김 원장의 판단이다.

김 원장은 “의료급여, 저소득층이 찾기 쉬운 병원이 보라매병원이어야 한다”면서, “기부금 같은 외부 자원을 확보해 의료급여환자나 저소득층의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올해 상급종합병원에 지원했더라도 지정받기는 쉽지 않고 지정되더라도 맨 뒤가 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상급종병 지정에서 가장 중요한 ‘중증도’의 경우 2015년 초 19% 수준에서 최근 30%까지 올랐지만 서울지역 중증도는 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것.

결국 이번 결정은 공공성 약화 우려를 뒤로 한 채 상급종병을 추구하다가 이도저도 문제라는 지적을 한 순간에 해결하는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 현재의 보라매병원

한편, 올해는 서울대병원이 보라매병원 위탁운영 30주년이다. 200병상의 영등포시립병원을 1987년 위탁 운영하기 시작해 병상은 지난해말 현재 763병상으로 3.8배 증가했으며, 직원은 총 189명에서 155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약 3277명의 외래 환자들이 찾는 종합병원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노동조합측과 이견을 달리하는 전속직원 제도를 전 직종으로 확대해 안정적 운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제도는 서울대병원장 발령을 받는 서울대병원 직원의 신분으로 인사‧급여‧복지 등 근로조건이 같은 상태에서 순환없이 보라매병원에서만 근무토록 하는 것.

1-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서울대병원과의 순환 근무로 인사이동 시 업무 공백이 발생하던 부분을 보완해, 공공의료 역할을 강화하고 서울시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김 원장은 “직원들의 헌신과 서울시민의 끊임없는 성원 덕분에 수탁운영 30주년을 맞은 보라매병원은 공공의료를 선도하는 리더 병원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사업과 전속직원 확대 채용 등을 통해 서울시민의 건강권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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