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혁 교수

췌장암은 암 전 단계의 병변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렵고 이에 따라 생존율도 낮다.

여기에 2030년에는 폐암 다음으로 사망자 수가 많은 암이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어 췌장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팀은 췌장암 수술 후 재발율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06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췌장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총 113명의 환자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 개시 중간시점인 35일을 기준으로 조기치료 그룹과(56명) 지연치료 그룹으로(57명) 나누어 보조항암화학요법의 조기 개시 효과를 비교한 것.

조사 결과, 조기치료 그룹은 지연치료 그룹과 비교해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수술 날짜부터 사망 날짜까지의 시간)은 39.1 대 21.1개월, 무병 생존기간(Disease-free survival, 수술 날짜부터 재발 또는 사망 날짜까지의 시간)은 18.8 대 10.0개월로 유의하게 길었다.

또 수술 후 합병증이 없는 67명의 환자에서 조기치료 그룹은 전체 생존기간(42.8 대 20.5개월)과 무병 생존기간(19.6 대 9.1개월) 모두 훨씬 더 길게 나타났다.

따라서, 췌장암 수술 후 조기에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전체 생존 및 재발까지의 생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황 교수팀의 결론.

여기에 예정된 항암 스케줄(6차)을 제대로 완수하는 것이 장기생존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밝혔다.

췌장암같이 빨리 자라는 암의 경우에는, 수술 후 조기에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암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차원에서는 유리하지만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고, 반대로 늦게 시작하면 암치료가 지연되는 단점이 있어 항암을 시작하는 시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연구는 환자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가 허락된다면 항암화학요법을 조기에 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규명했고, 이번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원칙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진혁 교수는 “최근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 후 환자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라는 기준을 언급할 뿐,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항암을 시작할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후 항암요법을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생존율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술 후 빠른 회복 및 생존율 향상을 위한 항암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췌장암의 경우 워낙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손을 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면역요법을 포함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되며 분명 발전하고 있다”며, “인터넷이나 주변의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지 말고,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적극적인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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