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교수

 대한민국학술원이 의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첫 번째 주제로 ‘간이식’을 선정,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거 참석하여 최근 흐름을 직접 전했다.

세계 의학계의 정상으로 우뚝 선 ‘한국 간이식’이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학술원을 통해 대내외에 우수성을 입증한 것으로 지난 10월 21일 오전 10시부터 서초구 반포동 학술원에서 ‘간이식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제43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간이식을 집도한 제임스 이슨(미국), 유럽에서 심장사 간이식을 최다 시행한 나이젤 히튼(영국), 아시아에서 최초로 간이식을 시행한 차오롱 첸(대만), 세계에서 생체 간이식을 최다 시행한 이승규(한국) 교수 등 이식 분야 최고의 석학들이 학술원에 모여 한국의 선진 간이식술을 조명하고 향후 간이식 발전을 모색했다.

현대 의학의 꽃이자 종합체로 불리는 생체 간이식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최다 증례의 우수한 성적을 쌓으며 눈부신 성장을 이루기까지 국내 간이식 역사 30여 년의 경험을 뒤돌아보았다.

▲ 나이젤 히튼(영국).
또 OECD 국가 중 간경화・간암 사망률 1위의 국내 상황에서 말기 간질환의 효과적 치료법이자 국제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간이식을 공유하며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고했다.

학술원 국제학술대회는 1961년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우리 사회에서 학문적 성찰이 필요한 주제를 선정, 국내외 저명한 석학을 초청해 함께 논의하고 있으며 최근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 ‘우리 시대의 언어의 학제적 탐구’ 등 인문사회과학 및 자연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가 선정되고 있지만 역대 학술원 국제학술대회 중 의학 분야 주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간암, 간경화 등의 질환으로 손상된 간을 전부 떼어내고 타인의 건강한 간을 옮겨 붙여주는 간이식은 1963년 미국 의사 토마스 스타즐(Thomas Starzl)에 의해 처음 시작됐으며 국내는 1988년 서울대병원 김수태 교수팀이 만성 간부전에 이른 소녀에게 뇌사자 간이식을 처음으로 시행함으로써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주는 ‘생체 간이식’을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간이식팀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후 뇌사자 장기 공급이 절대 부족한 국내 간이식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생체 간이식을 집중 연구한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1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간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좌엽보다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 기능을 극대화해 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킨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수술법을 통해 당시 70%의 성공률은 95%를 넘기며 획기적 성적 향상을 이뤘으며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의 국제 표준 치료 프로토콜로 자리 잡으며 세계 간이식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나아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2000년 3월에는 세계 최초로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각각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옮겨 붙이는 ‘2대1 생체 간이식’이라는 이식 수술의 기증자 영역을 크게 확장시킨 고도의 수술법을 성공했다.

▲ 제임스 이슨(미국).
이러한 독자 수술법의 개발 등을 통해 간이식 역사 28년만인 현재 한국은 생체 간이식의 세계 최다 증례와 최고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생체 간이식 4,350례를 기록, 단일병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등 한국의 생체 간이식 증례는 세계 최다이다. 최근 인구 100만명당 간이식 건수 역시 한국이 25.2명으로 미국(21.7명)과 일본(3.8명)을 앞선 바 있다.

생존율도 97%(1년), 89%(3년), 88.5%(5년)라는 세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 간을 떼어주는 기증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사망자는 물론 수술에 따른 합병증도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편 ‘간이식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며, 첫 번째 세션은 ‘간 이식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됐다.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이식의 인문학적 고찰’이란 주제를 통해, 간이식이 타인의 희생이나 죽음을 통해 새롭게 얻는 생명이란 점에서, 그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과 혼란에 대한 합리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최고 기술 수준의 수술-간이식’ 발표를 통해 간이식의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며 국내 간이식의 성적 및 전망을 짚어보았다.

두 번째 세션은 ‘간 이식 역사와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김수태 서울대의대 명예교수가 ‘한국최초의 간이식’이란 발표를 통해 간이식 성공의 숨은 이야기와 이식학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의 거듭된 노력을 전했다.

다음으로 1984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간이식을 성공한 대만 창궁병원의 차오롱 첸 (Chao-Long Chen) 교수가 ‘간이식의 역사’란 주제를 통해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 간이식의 발전과 성장에 대해 발표했다.

그리고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외과 석좌교수(학술원 회원)는 ‘왜 한국이 생체 간 이식을 선도하는가’라는 주제를 통해 성인 생체 간이식의 신기술 개발 과정과 그 임상 결과를 전하며 세계 유수의 간이식센터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의 우수한 간이식 경험을 자세히 밝혔다.

세 번째 세션인 ‘간 이식의 미래’는 세계 급성간부전의 이식 적응증 기준을 확립하며 유럽에서 심장사 후 기증자 간이식(DCD LT)을 가장 많이 시행한 영국 킹스대학병원 간연구소 소장인 나이젤 히튼(Nigel Heaton) 교수가 ‘간이식의 명암’을, 마지막으로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미국 메소디스트병원 이식연구소장 제임스 이슨(James Eason) 교수가 ‘간이식의 미래’에 대해 지금까지 겪어온 간이식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권숙일 학술원 회장은 “우리나라가 간 질환 발생률이 높은 군에 속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간 의학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고 평가하며 “이번 학술대회가 간 이식의 역사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해온 이승규 교수는 “각 학문 분야 최고의 석학들이 모인 학술원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국내 의학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울러 “최근 이식 대기자가 늘어남에 따라 뇌사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 생체 간이식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이식 의학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의료수출 등의 국가발전사업으로 육성하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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