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봉 뇌전증학회장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지만, 자살의 주 원인인 우울증 치료에는 소극적이며 오히려 항우울제 사용제한으로 치료 접근성을 낮추고 있습니다.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만 폐지해도 자살률은 감소할 것입니다”
 
뇌전증학회, 신경과학회, 내과학회, 소아과학회, 산부인과학회, 마취통증의학회, 가정의학회, 뇌신경재활학회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살예방과 우울증 치료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SSRI 처방 제한을 하루 빨리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승봉 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은 “우울증 치료를 정신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진료과가 나서야한다”며 “실제로 2002년 정신과를 제외한 의사들에게 SSRI 처방을 제한하면서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다. SSRI의 60일 처방제한 급여기준을 긴급폐지하고 우울증 치료에 SSRI를 1차 약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전한 SSRI 항우울제를 제한하고 부작용이 많은 TCA 항우울제 사용을 권하는 것은 한국 뿐이라며, 외국에서 자살률 감소는 SSRI 항우울제의 사용량 증가 및 TCA 항우울제 사용량 감소에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노르웨이의 경우 부작용이 많은 TCA에서 안전한 SSRI로 항우울제를 변경한 후에 우울증 진단과 치료율이 증가했고 자살률이 감소했다”며 “한국은 자살률은 높고 우울증 치료율은 낮다. SSRI 처방제한을 철폐한다면 우울증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자살률 20-3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호순 내과학회 기획이사(한양대병원)는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우울증 위험도가 더 높기 때문에 우울증 조기진단과 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기획이사는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한 경우 우울증 동반 비율이 9~23%로 나타났다”며 “동반된 우울증은 만성질환자에서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또한 개원가의 치료접근성을 위해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기획이사는 “내과의 경우 수많은 약물로 환자를 진료하지만, 어떤 약도 내과만 처방해야 한다는 제약은 없다”며 “만성질환자들에서 우울증이 동반되고 있기 때문에 1차 의료인들이 진료할 수 있도록 처방제한을 풀고 연수교육 등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준형 교수(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도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90%가 사망 1년 전 일차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신적 증상보단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1차 의료에서도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는 정신건강의학계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승봉 뇌전증학회장은 “지속적으로 정신과와 논의를 했지만 SSRI 처방을 정신과에서만 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살예방과 우울증 치료는 모든 의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토론회에 여러 학회들과 함께 하려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